정보지원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일반

반도체 통합 1위, ‘나노 전쟁’에 달렸다

등록일2015-03-25 14:05:16
조회수9311
ㆍ삼성, 14나노기술 첫 상용화

▲ D램 반도체 최강자에도 시스템 부문 인텔에 밀려
갤럭시S6에 14나노 도입… PC 지고 모바일 뜨며 기대
대만 등 경쟁업체도 가세


얼마 전 삼성전자가 조만간 인텔을 제치고 반도체 판매 글로벌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반도체 하면 한국, 특히 삼성전자가 세계 1위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던 소비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소식일 수도 있는데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반도체는 크게 보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로 나뉩니다. 삼성전자는 이 중 메모리 반도체인 D램 부문에서 세계 최강기업이 맞습니다. SK하이닉스까지 합하면 세계 D램 시장의 70%를 한국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장악한 인텔이 독보적인 1위입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삼성전자가 이 시스템 반도체와 D램 반도체를 합한 매출에서 ‘통합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전망은 반도체 시장 분석에 기반을 둡니다. 인텔이 강세를 보이는 개인용 컴퓨터(PC) 시장이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반면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스마트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AP) 등 시스템 반도체 부문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삼성전자가 이달 초 선보인 ‘갤럭시S6’에 탑재한 AP ‘엑시노스7420’에 대한 기대감 때문입니다.

삼성전자는 이 엑시노스7420에 세계 최초로 14나노(nm) 공정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서 나노미터 개념이 나옵니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입니다. 좀 더 쉽게 설명하면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10만분의 1 두께입니다. 한마디로 1나노 공정은 머리카락에 10만번 줄을 그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도달한 기술은 1나노는 아니고, 14나노 공정입니다. 10억분의 14m 굵기로 선을 그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반도체는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거미줄처럼 복잡한 회로선들이 얽혀 있습니다. ‘몇 나노’ 공정이라는 것은 이 회로선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는 것입니다. 최근 반도체 기술 개발의 핵심이죠. 회로선 폭이 좁을수록 데이터 처리 속도는 빨라지고, 소모되는 전력은 낮아집니다. 넓은 운동장을 이리저리 달려 한 바퀴 도는 것과 좁은 트랙을 한 바퀴 달리는 것 중 어느 편이 체력 소모가 덜 할지를 상상해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14나노 공정을 채택함으로써 종전 20나노 공정 반도체에 비해 성능은 20% 좋아지고, 전력 소모는 35% 정도 줄였다는 게 삼성전자 측 설명입니다.

사물인터넷(IoT)과 웨어러블 시장이 팽창하는 시점에 전력 소모율은 기기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요인입니다. 기기를 지금보다 작게 만들면서 더 오래가게 만들려면 배터리 기술뿐만 아니라 전력 누수도 줄여야 되기 때문입니다.

14나노 시스템 반도체 양산은 시장의 ‘스탠더드’를 바꾼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폰6와 6플러스에 대만 반도체 제조업체인 TSMC 반도체를 공급받았던 애플이 차세대 AP 거래처를 삼성전자로 옮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이렇게 되면 프리미엄 스마트폰 AP의 기준이 20나노에서 14나노로 바뀔 가능성이 커집니다.

경쟁사들도 가만히 앉아만 있지는 않습니다. TSMC는 지난해 16나노 공정을 위한 설비를 들여오며 맞대응에 나섰습니다. 14나노보다는 한 단계 떨어지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불량률이 낮아서 그만큼 싸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답니다. 인텔도 이달 초 스페인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14나노 공정을 적용한 시스템 반도체를 공개하며 모바일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삼성전자는 ‘따라올 테면 따라와 보라’는 듯 지난달 10나노 공정 기술을 공개했습니다.


D램 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글로벌 D램 시장의 41%를 차지한 삼성전자가 현재 한 자릿수 수준인 20나노 공정 비중을 연내 50%대까지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SK하이닉스도 올 하반기부터는 20나노 초반 공정을 적용한 D램을 본격 양산한다고 밝혔습니다.

과거 반도체 시장에서는 ‘황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황창규 KT 회장이 삼성전자 사장 시절 “1년마다 반도체 메모리 용량이 2배씩 증가한다”며 내놓은 반도체 성장론입니다. 최근 업계의 나노 경쟁도 이와 닮아 보입니다. 예전처럼 1년에 얼마씩이라고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손톱만 한 반도체 위에서 삼국지 버금가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경향신문 I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