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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후방산업 기업들 지난해 무역수지 악화
정부 지원책 내놓지만 업계 반응 '싸늘'
[아시아타임즈=정인혁 기자] 최근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 하지만 후방 생태계인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은 되려 정체기에 접어들며 국내 반도체 산업 내 양극화 현상이 격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용인시)
27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의 폭발적인 수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의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통해 대폭 증가한 AI 반도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그간 시장 침체로 지속된 적자에 시름했지만, 최근 실적 회복 기미가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두 기업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국내 반도체 대기업들은 호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반도체 부문)는 올 1분기 2000~3000억 수준의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는 지난해 전 분기 내내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연간 누적 적자가 14조 8700억원에 달했다.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웠던 적자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올 1분기도 시장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증권가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조 3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3조 4023억원)와 비교하면 138%나 증가한 수준이다.
더불어 이들 기업은 지난해 R&D 연구비용을 대폭 늘리며 미래 경쟁력도 챙겼다. 삼성전자가 이달 초 발표한 ‘2023년 연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28조4000억원 규모의 R&D 투자를 단행했다. 매출액의 10.9%에 달하는 규모이며 투자 금액도 2.7%가량 증액했다. SK하이닉스 역시 R&D에 2조863억원을 투자하며 미래 시장을 대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반도체 대기업은 수익성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자체적인 R&D 예산까지 증액하며 글로벌 경쟁을 준비하고 있지만, 소부장 업계는 이와 대조적인 상황에 있다.
우선 소부장 업계는 수출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2024 소재·부품·장비 산업 무역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소부장 산업의 무역수지는 902억 달러로 전년 대비 17.85% 감소했다. 2016년 997억 달러를 기록한 이후 처음으로 소부장 무역수지가 1000억 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소부장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별 소부장 무역수지를 보면 대중국 무역수지가 101억달러 흑자로 전년 254억 달러와 비교해 절반 이상 감소했다. 대일 교역에서도 202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대미 무역수지가 흑자(248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이 역시 전년 대비(242억달러) 소폭 증가에 그쳤다.
국내 반도체 대기업이 적자 폭을 크게 줄인 것과 달리 소부장 업계는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반도체 소부장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는 국내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것 외에도 해외 수출이 중요한데, 대체로 부진한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소부장 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은 더 고조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시작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준비한 소부장 기업 지원책들은 실효성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소부장 업계 숙원사업으로 꼽혔던 테스트베드를 총 9000억원 규모로, 2027년까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 구축할 예정이다. 테스트베드는 소부장 기업이 개발한 소재, 장비에 대한 양산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또 정부는 8조원 규모의 대출·보증 프로그램도 준비한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소부장 업체 한 관계자는 “작은 중소 업체들이 기술력은 인정받더라도 고객사들이 원하는 물량을 제때 생산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기술력 검증, 대출 지원 등도 좋지만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지원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 역시 “정부와 대기업은 중소, 중견 소부장 업체들과 협업하며 그들이 살아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야 우리 반도체 산업이 자립하고, 공급망 차원에서도 안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 예산안 중 소부장 R&D 관련 예산을 84.6%가량 감소했다. 금액 규모로 보면 지난해 2183억원에서 올해 336억원으로 1년 만에 1800억원가량 줄었다.
올 초 정부가 소부장 지원책으로 1500억원 이상을 지원한다고 밝혔지만, 삭감된 예산안과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또, 윤석열 대통령은은 26일 12대 국가전략기술 위주의 R&D 예산 증액 방침을 밝혔지만, 소재·부품·장비사 지원은 빠졌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병운 포항공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HBM 제품의 기술은 이전 전통적인 반도체 기술과 다른 측면이 있다. 소부장 기업들이 이러한 기술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일본은 TSMC를 데려와 자국 업체와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소부장 기업들을 살리는데, 우리 정부는 소부장 지원책이 부족한 거 같다”고 지적했다.
신훈규 포스텍 나노융합기술원 교수는 소부장 업체를 지원하기 위해선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업계의 요구와 정부 지원책의 방향이 다르면 상황은 더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https://www.asiatime.co.kr/article/20240327500303#_enliple#_mobwcvr